흔히 가지니의 모토라고 말하는 메멘토, 그리고 오리지날 가지니를 다 보았지만 2008년도 판 가지니가 그중 가장 낫다는 생각이다. 한국판 꽃보다남자처럼 앞의 작들 보다 가장 늦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드러나있던 스토리상의 허점 같은 것을 메꿀 수 있었고 따라서 가장 완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여겨진다.
  일전에 나의 리뷰에도 썼지만 수동적인 여인상을 보여주었던 오리지날 가지니는 말 그대로 인도의 가부장적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특히 막간극에서 남자가 여자의 머리통을 사랑스럽게(?) 움켜쥐거나 여자의 뼈가 빠지도록 남자가 춤 리드를 하는 모습은 가지니가 아니더라도 다른 인도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모습인데 이와 같은 장면에선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확실히 리메이크 된 가지니는 마치 인도에 완벽한 인격주의가 뿌리내린 듯한 모습으로 영화를 전개하고 있었다. 가지니의 감독도 이번 작은 애초부터 세계를 겨냥한듯, 문화 차이를 어떻게든 배제해서 만든 영화임은 쉽게 알 수 있다. 까다로운 감상 취미를 가진 나조차 어느새 가지니의 슬픈 이야기에 빠져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내가 가지니의 스토리가 너무 애처로워 슬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면, 한국영화를 보면서 느낀 슬픔은 각본이나 연출력 등의 부재로 인해 생기게 된 쪽이다.
  프랑스 영화가 상업적인 면 외에도 프랑스자국 내에서까지 하나의 문화적 가치를 잃은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예술성을 버리지 못해서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서 영화가 발전할 수 없었다는 게 맞다고 본다.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상업적으로 대박을 낸다던지 아니면 깐느나 베를린 같은 고상해보이는 영화제에 이름을 내밀 기회가 온다던지. 상업적인 면이라는 것은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벌었느냐로 보면 되니 그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럼 흥행 면을 제외하고 인문, 사회, 예술 면으로 작품성을 정하는 경우, 벌써부터 그 순위를 매길만한 기준이 애매해진다. 비상업적인 헝그리 정신으로 영화를 제작했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고 흥미를 배제한 인문사회적인 주제와 그에 해당하는 의미가 관객에게 전달이 되느냐 안 되느냐로 순위를 매길 수도 있겠지만 결론은 비상업적인 영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잘 번 영화보다 못 번 영화, 제작비를 끌어오지 못해서 싸게 찍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 그런 영화를 그저 비상업적 영화라고 할 뿐이다. 무엇에 가치를 두고 영화를 찍느냐 라고 물었을 때 '돈에 가치를 두고 찍는다' 또는 '그렇지 않다'로 상업적 비상업적임을 흔히 가를 수 있을 테지만 단순히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인문사회적인 사상주입식 영화를 찍더라도 그것은 돈을 바라지만 않을 뿐 그 이상되는 가치인 명예, 허영, 인식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돈 대신 다른 대가를 원할 뿐 비상업적, 예술적 영화들이 전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제작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명예를 얻거나 인식변화를 바라게 되는 그 조차도 무언가를 생산하고 벌어들인다는 상업적 행위로 간주했을 때, 그런 의미에서 비상업적인 영화라는 단어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어야 했다. 비상업적이라는 영화가 탄생한 배경을 보면 해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깐느나 베를린 같은 영화에서 추구하는 비상업적인 면, 그러한 테두리 내에서 가장 작품성을 높게 치는 것은 사상성을 띈 영화이다. 그 사상이라는 건 거창하지 않다. 현실에 관한, 또는 비현실적이지만 현재의 우리가 공감하거나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의 생각 같은 것이 두리뭉실한 구름처럼 형태가 항상 바뀌기 보단 어느 정도 짜여진 틀을 가지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면 그것이 사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현재 가장 보편화된 사회는 민주주의사회이고 사람들은 민주주의사상을 가지고 있다. 결국 사상하면 프랑스, 프랑스는 깐느, 깐느는 사상, 사상은 프랑스고 프랑스는 깐느고 깐느가 사상이며 프랑스이다. 민주주의사상 하면 프랑스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역사에서도 배웠듯 사진술의 발명 하면 프랑스이다. 결국 깐느라는 것은 현재 세계를 대상으로 해서 프랑스가 종주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 것들을 지켜줄 보수체(보호막)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거기에 타국인이 끼어드는 것은 그 보호막에 에너지를 주입해주어 피만 빨리는 것이지 빠는 것이 아니다. 또 모른다. 빨 수 있을지. :)

  다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사진이라는 것은 허상이 들어가지 않은 사실적인 매체이다. 이러한 사실적인 것을 전달하려는 태도를 말 그대로 사실주의라고 한다. 영화기술의 초기를 생각하면 요즘과 같은 그래픽 조작이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긴 어렵다. 그러한 범주에서 머리를 굴리다보면 영화는 사실주의 매체이며 더 나아가서 영화를 찍을 때도 사실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현실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와 같은 사상을 영화와 관련지어 보면 Greed(1924)처럼 인위적으로 꾸며낸 촬영장 셋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Spielen wir Liebe(1977)처럼 건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그것도 모든 것을 실제로 해보이는 영화를 찍는다거나 하는 괴상한 발상을 하게 된다1. 즉 작품성 만을 추구하더라도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온다는 말이다. 실제로 죽음이 발생할 수 있는 장면이라거나, 배우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장면이 자의적으로 꾸며져 배우들이 고난에 빠지는 상황은 많다. 그것이 사실주의이고, 예술영화라고 치부하는 것들에서 그토록 성에 관련된 장면2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러한 사상성을 담기 위함이다.

  예술감각 적인 면을 보더라도 돈을 많이 뿌린 만큼 멋진 소품과 배경을 꾸며낼 수 있다. 결국 예술성이라는 것조차 어찌보면 자본과 맞물려 있는 것이고 비록 흥미위주의 상업적인 내용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제작된 영화를 자본화 된 영화라고 판단내린다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한국영화는 단지 예술성 만을 외국인3에게 자꾸 어필해대며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인도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
  인도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아시아에 속한다. 그러면, 작품성을 지닌 영화 블랙(Black, 2005)이나 상업성을 지닌 영화 가지니(ghajini, 2008)를 놓고 보았을 때 한국 영화는 그에 빗댈 만한 영화가 없으니 한국의 영화산업은 벌써 아시아에서조차 명함을 내밀 수준이 못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인도는 현재 뭄바이 중심의 볼리우드와 지방 영화산업 위주의 올리우드로 나뉘어 있다. 인도의 언어는 인도 헌법에서 공용어로 정한 것만도 15가지이고 방언만 해도 약 천여가지가 된다.
볼리우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인 영어나 힌두어 위주로 제작되지만 지방에서 제작되는 언어는 달라야만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올리우드이다. 따라서 영화 가지니처럼 같은 영화도 두 번 세 번 다른 언어로 해서 찍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어찌보면 감독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언어의 다양화로 인해 영화를 나눠서, 또는 중복해서 제작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오늘날 인도영화를 있게 한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좋은 영화란 어떤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간단하다. 나에게 맞는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영화란 아마 그들 자신의 주파수에 맞아서 레이더에 잘 포착되는 영화라고 본다. 하지만 '관객을 위한 영화'라고 한다면 흔히 말하는 상업적인 영화가 더 관객을 위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관객을 위한 영화야 말로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작품성 있는 영화, 예술성 있는 영화, 상업적인 영화, 그렇게 가르는 것 보다 차라리 관객을 위한 영화, 관객을 위하지 않은 영화로 가르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주석.
  1. Spielen wir Liebe(1977) - 이 영화는 배우들이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가차없는 현실세계로 내몰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비록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대본규칙 대로 행하는 것이지만, 그런 행동들은 대역을 쓰거나 편집을 가해서 삭제되지 않은 실제로 벌어지는 행동이다. 가령, 얼굴을 향해 활을 조이고 있는다던지 높은 곳에서 굴러떨어질 듯한 장면에서는 전혀 대역을 사용하지 않는다. 성행위 장면을 찍을 때도 가상이 아닌 실제 행위를 시킨다.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그 어린 배우들의 부모들이나 감독은 그것을 초현실주의(각본이 짜여져 있는 '영화'이지만 이뤄지는 것들은 실제)라는 하나의 사상성을 띈 예술작품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를 통해 보기 때문에, 그리고 대본에 짜여진 행동이기 때문에 가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에 작용되어 일어난 실제이다. 가상과 현실이 조합되어 초현실적인 일이 벌어졌다. =망발일 뿐이다." [주석이 있는 본문으로]
  2. 미장센(Mise-en-scene) - "영화에서 말하는 미장센 기법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편집을 하지 않은 상태의 화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사건은 발단이 있고 그 발단이 전개가 되어 결말이라는 것을 맺는다. 만약 편집이라는 행위를 거치게 되면 관객에게 결말만을 보여주고 발단이나 중간 과정을 빼먹게 되는 것이므로 어느 한쪽의 주장만이 화면에 남게 된다. 가령, 전경이 찍은 데모영상과 노동조합 쪽에서 찍은 데모영상이 다르듯 말이다. 즉 모든 상황을 가공의 처리 없이 드러내보여야 한다는 게 바로 미장센 기법이다. 이처럼 미장센 기법은 사실주의라는 사상성의 한 갈래였다. 어느 한 쪽의 주장만을 화면에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담아 보여주므로서 관객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기법이었던 것이다. 다만 현재의 많은 작품들은 미장센 기법을 잘못 받아드린 나머지 성에 대한 노골적인 장면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을 예술로 알게 된 것이다. 성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을 담은 자칭 예술 영화들은 그 어떤 상업주의 적인 영화보다 더 상업적인 탈을 쓴, 말만 예술일 뿐인 것이다. [주석이 있는 본문으로]
  3. 프랑스의 함정에 빠진 한국영화는 장르가 액션이라도 멜로를 본 것처럼 나를 슬프게 만든다... [주석이 있는 본문으로]
2009/04/30 07:07 2009/04/30 07:07
byecrazy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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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책이란걸한번쯤읽어보는게어때요 2009/07/13 00:0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하하.. 정말 어이가 없는 글이네요. 프랑스가 어쩌고 어째요? 자국내에서 문화적 가치를 잃었다구요? 예술성을 버릴때 뭐가 어쩌고 어째요? 아주 팀버튼과 코엔형제가 보면 통탄할만한 글이네요.

  3. 책이란걸한번쯤읽어보는게어때요 2009/07/13 00:0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예술성 버린 <디워>는 아주 대단한 작품이겠네요! <아멜리에>는 정말 쓰레기같은 작품이겠구요! 평론가들이 극찬한 터미네이터2, 매트릭스. 실패한거 있나요? 평론가들이 욕하고 깍아내린 푸시, 10000bc 재미있었던거 있나요? 평론가는 모든 장르를 불허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모든 사람들의 객관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이고 영화에 대해 10년넘게 공부한사람들이며 심지어는 전직 배우나 감독, 제작사인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글과 논리를 짚어본다면 적어도 영화평론가들은 당신보다 책이나 문학에 대한 경험도 많고 많이 읽었으리라 확신하네요.

  4. 책이란걸한번쯤읽어보는게어때요 2009/07/13 00:1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http://blog.naver.com/dg_devil <- 이분 고등학생인데 제생각에는 당신보다 글재주가 더 뛰어난것 같네요. 진짜로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란건 바로 이런겁니다. 오락영화에도 여러가지 분야갸 있고 그 오락적인 가치조차에서 무엇을 느끼냐는것말입니다. 좀 배워보시는게 어떨까요.

  5. 책이란걸한번쯤읽어보는게어때요 2009/07/13 00:1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저 블로그 들어가셔서 <1시간60분> , <영화vs비교> 목록에 있는 글들좀 보고 배워보시죠.

  6. byecrazy 2009/09/06 00:0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님의 블로그에 있는 글들과 지금 님의 주장에는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반론할 가치가 없어 보이는군요. 마치 자신이 아닌냥 자신의 블로그를 스스로 광고 하다니 부끄러운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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